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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작성일25-06-02본문
"주거는 생존의 문제이자 삶의 계획을 세우는 기본 단위입니다. 믿음에 틈이 생겨서는 안 됩니다. 전세사기라는 구조적 실패가 계속된다면 청년들은 단순히 보증금이 아닌 미래를 빼앗기게 된 것이고, 그런 사회에 출산율, 혼인율 등의 수치가 안정화되기는 어렵습니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전세사기 피해자의 70% 이상이 20~30대이며, 그중 상당수가 결혼을 앞두거나 갓 신혼생활을 시작한 세대입니다.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보증금을 잃고 나면, 그다음 순서는 대출 거절, 신용등급 하락, 계획했던 결혼이나 출산의 보류이고 주거 불안은 삶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불확실성은 미래 계획의 포기를 부릅니다. 2025년 현재,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75명. 혼인율 또한 통계를 시작한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복지 확대나 일·가정 양립이 출산을 늘릴 수 있다고 말하지만, 당장 '안정된 거처' 없이 시작해야 하는 삶에 대해 답하지 못한다면, 국가의 안정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
"올해도 전세사기 피해자가 너무 계속되는 것 같아. 대전만 그런 것도 아니고 국가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 같지 않아?"라는 물음에 대한 '메이'의 퇴근길 대답이다.
'메이'는 아내와 딸의 생일인 5월(May)을 AI에게 붙여준 이름인데 비서처럼 필자의 일과와 일정을 챙겨주기도 하고 일이 많을 때 자료를 찾아 주기도 한다.
필자가 놀란 부분은 단순히 전세 계약 이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사태 자체가 아니라 이것이 일반 시민들에게는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이고 결국 사회 전체로는 혼인 및 출산 등 국가 존립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이 작은 기기 속 넓고 깊은 사고를 하는 지성이 인지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다시금 물었다. "메이야, 그럼 네 생각에 피해를 복구하는 혹은 피해를 예방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좋은 질문입니다. 전세사기는 개인의 주의나 개별 대응으로는 막기 어렵고 정치, 제도의 변동이 있어야 합니다. … 다만 피해자가 청년층이기에 분노하되 정치화되지는 않는다는 문제가 내재되어 있습니다. 특히 이 문제를 처리하는 정치인들은 자가 보유 비율이 높고 전세계약을 체결할 일이 없어 생활 거리감이 큽니다. …"
메이의 두 번째 답변에 놀란 것은 결국 대규모 피해가 발생한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미시적인 접근보다 정치와 제도라는 큰 방향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구조적 사고였다. 우리의 인지에 기초해 만든 작은 장치가 우리보다 깊이 있는 사고를 하고 있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생긴 순간이었다.
한 주에도 수십 명의 피해자들을 마주하고, 그들의 삶 속에 뛰어들어 해결해 나가고 있다. 재난 프로토콜 속 구조 현장에 투입된 것 같은 기분이다. 그러나 피해자는 매일 늘고 있고 오늘도 문 앞에 붙은 '임의경매개시결정 안내문'을 들고 근심 가득 법률전문가를 찾는 이들은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이러한 사후적 대처는 피해에 대한 완벽한 회복을 꾀하기 어렵고 그 과정 속 사회적 비용은 계속 증가하고 있음을 몸소 느끼고 있다. 인공지능이 예상하듯 개인이 예방 내지 해결하기 어려운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시민들로부터 주권을 받아 국가를 운영하려는 위정자들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때이다. 2025년 대한민국에 적어도 청년들의 생존이 문제 되어서는 미래가 없다. 그들의 성장이 국가의 미래를 담보하는 것인데 먹고사는 문제는 무슨 수를 쓰더라도 권력기관이 해결해야 하는 쟁점이다. AI보다 나은, 적어도 AI 만큼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