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남편이 만든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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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작성일24-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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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월 시작한 사건인데 10개월 만에 전세보증금 2억 원 전액을 환수할 수 있었다.

소장 접수부터 부동산 가압류, 채권 가압류, 임차권등기명령 등 다양한 방법으로 해결을 모색했던 사안인데, 다행히 임대인 및 관련자들에 대한 사전 보전처분들이 효과적으로 작용해 상당히 짧은 시간에 전액 회수 된 사건이다.

그리고 지난주, 전액을 환수받은 윤정씨로부터 전화가 왔다. 울먹이는 목소리였는데 대략 내용은 고맙다는 이야기였다. 정말 단 한 푼도 건지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마무리될 줄 몰랐다고 한다. 생색을 내고 싶지도, 특별한 기적을 행한 바도 없기에 "가용할 수 있는 업무 범위 내에서의 대응을 해드린 것뿐"이라는 조금은 차가운 대화로 마무리됐다.

유독 이 분이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은 이유는 사실 남편 때문이다. 두 사람은 임차보증금 2억 원에 투 룸 전세를 살았는데 하필 전세사기가 대규모로 터진 곳의 임차인이었다. 임대인 역시 어린 나이로 자력이 없어 보였고 사실상 임차보증금 반환이 불투명한 상태로 찾아왔다.

더욱 최악은 다가구 주택에 거주 중이었음에도 전입신고를 빼 버린 것이다. 이는 추후에 경매 절차에 회부될 경우 배당 순위 자체가 맨 마지막으로 밀릴 것을 의미했다.


전입신고와 확정일자 순서에 따라 추후 경매 절차에서 배당 순위가 결정되며, 현재와 같이 타 지역으로 이동하며 임차권 설정 등기도 없이 전입신고를 뺀 행위는 엄청난 패착이라는 상담을 하자 윤정씨가 그 자리에서 울음을 터트린 기억이 난다.

소위 말하는 '깡통 전세'에 당했다는 후회보다 '전입신고를 빼는 바람에 배당 가능성 자체를 본인 손으로 닫아 버린 실수'에 엄청난 후회와 죄책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잠시 화장실을 다녀오겠다며 나간 아내를 바라보던 남편분은 아주 차분히 내게 말했다. "아내의 실수를 이제 잘 알겠다. 다만 변호사님께 부탁드리고 싶은 딱 한 가지는, 보증금 회수가 안 되어도 괜찮으니 회수를 위한 사법 절차 진행 중 아내가 자신이 잘못해서 이 상황이 되었다는 것을 느끼지 않게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멍하니 남편을 바라봤다. 한순간 2억을 잃어버렸다는 선고를 들은 사람치고는 너무도 차분해서 필자가 더 놀랐다.

최근에 혼인했다는 신혼부부에게 2억이란 절대 작지 않은 무게였을 것이고 회수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침착할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러나 이 멋진 남편은 마치 금액에는 관심이 없는듯했다. 오히려 이 사건으로 아내가 짊어지고 있을 무게에 더 신경을 쓰고 있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신기하게도 사건 해결 역시 남편이 한몫을 해 내었다. 소장 접수 전 자료들을 확인해 본 결과 다행스럽게도 남편이 전입신고를 유지해 둔 상황이었고, 두 사람이 사실혼 관계 상태였던 점, 점유보조자로서 점유를 유지하며 대항력을 유지하고 있었던 점 등을 소명하여 아내의 전입신고 순위를 계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었고 이후 임대인 내지는 관련 인물들의 재산에 가압류 등 처분을 한 뒤 판결까지 받아내어 결국 2억 원이란 작지 않은 금액 전액을 환수할 수 있었다.

두 사람은 신혼 초 아주 큰일을 이겨냈다. 남편의 따뜻한 마음은 해결책을 열었고, 그 과정에서 아내의 상처는 그 따뜻한 마음으로 잘 치유되고 있었다.

민법 제826조는 부부간의 의무를 규정하며 '서로', '부양하고 협조'해야 함을 명시하고 있다. 여기서 부양과 협조에는 단순히 경제적 생활 유지만을 의미할 수는 없을 것이다. 상대의 고통에 내가 공명하는 과정에서 오는 치유의 기적 그리고 함께 해결할 수 없는 순간을 끌어안고 견뎌내는 노력에서 오는 변화가 필요한 것 아닐까.

두 사람에게 전화로 하지 못한 존경의 표시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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