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인터넷을 믿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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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작성일24-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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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아프다는 말씀을 잘 안 하신다. 그래서 어딘가 "아프다"라고 표현하실 때면 간담이 서늘하다. 통상 그건 아프다는 수준이 아닌 크게 병환을 앓고 계시는 상태에 이른 때이기 때문이다.

며칠 전 아버지께서 다리가 조금 불편하다하셨다. 평소 하지정맥류가 있어 가끔 치료를 받으시던 터라 당연히 불편함이 있으실 거라 말씀드리고는 인터넷으로 하지정맥류를 찾아보고니 발명 원인과 치료 방법에 노화와 피로도 문제가 있었다. 월요일이 되면 병원을 가보시라고 하며 소고기를 사서 몸보신도 좀 하고 지내시라고 문안을 다녀왔다.

그리고 월요일. 병원에 가보니 통풍이라며 음식 섭취 등에 주의해야 한단다. 특히 소고기나 주류는 절대 권하지 않던데 퓨린이라는 성분 때문이라고 한다. 아들이라는 인간이 아버지 통풍에 소고기 드시고 나으시라고 했구나 한심하게 느껴졌다.

우리는 간혹 이런 실수들을 반복한다.

필자가 늘 강조하는 각 분야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야 하는 상황을 마주했을 때인데, 전문가의 조력을 받는 것에 귀찮음을 느끼거나 본인이 손쉽게 인터넷에서 얻은 정보에 대한 과도한 신뢰가 부여될 때 문제가 된다.

필자가 일하는 변호사들의 업무 역시 마찬가지이다.

얼마 전, 한 남성분이 이혼 소송을 시작하려 한다며 찾아오셨다. 고학력이신 신사분이셨는데, 15년 전 부부는 별거를 시작하였고 이유는 아내의 부정행위 때문이었다. 문제는 10살 아들을 아내가 데리고 집을 나간 것인데, 남편은 당시 아이가 성년이 되어 결혼을 준비할 때까지는 적어도 이혼 가정으로 남고 싶지 않아서 소송 등 특별한 행위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아내는 대전을 벗어나지 않은 채 별거를 이어갔고 남편은 아이가 너무 보고 싶어서 매일 학교 앞을 찾아가 몰래 만나고 학원에 데려다주는 등 비 양육자임에도 양육 행위를 이어갔다. 매달 아이에게 수 십만 원을 현금으로 주며 학원비 내지는 대학 등록금까지 부담해 준 삶을 살아왔다고 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아이가 자는 공간은 아내와 상간남의 집이었지만 사실상 등교 이후의 양육과 교육은 아버지가 도맡아 한 꼴이었다.

남편은 이제 와 아내에게 부정행위로 인한 위자료 청구 및 이혼 소송을 제기하고 싶다고 하였다. 문제는 이혼 전문 변호사가 보기에 남편에게 유리한 점은 하나도 없는 어려운 소송이 되어버렸다는 사실이었다.

첫째, 부정행위로 인한 이혼 및 위자료를 청구하려면 3년 이내의 소멸시효를 준수하여야 하는데 이를 넘겨 위자료 청구가 불가능하다. 둘째로 아이가 성년이 된 지 10년이 채 안 되었기 때문에 아내 측 변호사는 오히려 이 양육자인 남편에게 10년간의 과거 양육비 청구가 들어올 수도 있다. 셋째는 오히려 부부의 혼인관계 파탄 시점을 기준으로 하여 재산분할 청구 또한 들어올 수 있는 상태였다.

결국 남편분은 이 양육자로서 아들의 학원비, 대학 등록금 등을 전부 부담하고 실질적인 부모 노릇을 게을리하지 않았지만 증거재판주의의 싸움에서 불리한 상황이었던 것이다. 결국 위자료는커녕 재산분할만 해주고 혼인관계를 정리해야 하는 상황으로 오히려 아내의 소 제기를 걱정해야 하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상담을 마치며 남편분은 혼인관계 파탄 당시 한 번이라도 변호사 사무실에 문의를 할 것이 이제 와 후회된다는 말씀을 남기고 쓸쓸히 돌아가셨다.

통풍인 아버지에게 몸보신을 하시라며 소고기를 사들고 간 바보 같은 순간은 우리 모두에게 반복된다. 아무래도 '변호사 친구', '변호사 친척', '변호사 옆집 아저씨'를 둔 필자의 주변 지인들은 아주 사소한 것까지도 필자에게 전화해 물어볼 때가 있는데 귀찮을 때가 있으나 사견으로는 아주 바람직한 행동들이다.

필자 역시 인터넷에 떠도는 잡지식들에 대한 신뢰를 그만두고 중요한 일들일수록 손가락을 움직이기보다 발을 움직여 찾아가야 함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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