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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작성일23-11-24본문
노력의 배신
2020년 실시한 통계 조사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청년의 20%는 ‘아무리 노력해도 성공할 수 없다'는 시각이라고 한다. 1990년 실시한 통계상 청년 8.4%만이 같은 의견이었다는데 약 30년의 세월이 흐르며 청년들이 느끼는 사회에 대한 불신은 상당히 증가했다고 보인다.
취업률은 개국이래 호전된 해가 없고, 집값이 안정되어 누구나 신축 30평형 아파트에서 번듯한 신혼 생활을 시작할 수 없음은 그때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은데 무엇이 우리 청년들에게 사회의 불공정함을 각인시키고 노력도 배신한다는 부정적 시각을 자라게 만든 것일까.
다양한 의견들이 있지만 몇몇 전문가들은 주로 SNS 등 타인의 삶을 관찰, 염탐할 수 있는 기회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발생된 ‘상향비교(Upward comparison)를 이유라고 말한다.
지인의 프로필 사진에 강제로 노출되는 요즘, 황금연휴에 일본을 다녀온 친구, 신차를 출고했다며 자랑하는 동료, 청약에 당첨되었다는 동창, 인센티브를 받았다며 부모님 캐나다 크루즈여행을 보내드린 옆집 아들까지... 주변 사람은 모두 행복해 보이는 상황이 가져오는 아이러니한 불행이 반복되다 보니 야근 후 어린이집에서 아이를 하원시켜 독박육아를 반복하는 나이 문득 초라하고 불공평해 보인다는 것이다.
일응 타당한 측면이 있다. 나보다 나은 자들과의 비교를 시작하게 된다면 모든 조건이 우위에 설 수 없기에 불행해진다는 근거가 틀리지 않다.
그러나 필자의 의견은 조금 다르다. 매일 만나는 청년들의 현실은 상향비교가 아닌 하향비교(Downward comparison : 나보다 더 나쁜 사람들을 떠올리며 상대적으로 위안을 찾는 행위)를 한다하여 위로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지인이 해외여행을 가고, 신차를 출고하고, 청약에 당첨되어서 나 자신의 삶이 불행해지는 수준이 아닌 희망을 바라보기가 어려운 현실에 절망하고 있는 것 같다.
대졸 취업률이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여 경제활동 인구가 호전되었다고는 하나 개인회생 신청자 5명 중 1명이 20대일 정도로 청년도산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고 ’부모 세대보다 가난한 첫 세대‘로 불릴만큼 절망적이다. 같은 세대 내에서도 자산격차가 가장 심각하며 그 사회경제적인 지위는 되물림되는 구조가 고착되었다.
최근 갑작스럽게 등장한 소위 묻지마 범죄도 이와 무관할까 싶다. 과거 한 드라마에서 ’대한민국이 무너지고 있다. 보통의 사람들은 안전할 것이라는 심리적 마지노선마저 붕괴되어 사회 해체의 단계이다.‘라는 절망적인 대사가 떠오르는 상담이 많아지고 있다.
이제 막 대학을 졸업, 겨우 취업한 스물다섯 여사원은, 9000만원 중 7000만원을 대출로 시작한 전셋집이 알고 보니 이미 수많은 임차인들의 피해가 발생한 깡통전세매물이었다고 하였고, 스물 셋 방학 중 학비 마련을 위해 단기 알바로 시작한 배달 업무가 알고 보니 보이스피싱 전달책이었다는 대학생은 본인이 받을 실형 선고의 위험보다 가족들의 생계를 걱정하고 있었다. 갓난 아이를 안은 아내와 함께 찾아온 일용직 노동자분은 공사현장에서 40kg 시멘트 포대를 옮기다가 2층 높이에서 추락해 골절이 발생하였는데 산재신청 가능 여부가 아닌 계속된 비소식에 일자리가 줄어드는 상황을 걱정하였다.
크루즈 여행을 꿈꾸며 불행해진 것이 아니다. 법률적으로나마 해법을 주려 노력하는 정도의 하찮은 도움으로 그칠 내가 ’상향비교를 해서 그렇습니다‘ 라며 그이의 슬픔을 폄하해서는 안될 것이다. 같이 울어주어야 한다. 같이 공명하고 슬퍼해야 한다. ’상담료는 괜찮습니다. 대신 가시는 길에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하시지요‘ 라며 손을 잡아드려야 한다. 그것이 배신하지 않을 우리의 노력일 것이다.
사회구조적, 제도적, 근본적 해결을 해야한다는 진부한 이야기는 정치인들의 손에 맡겨야겠다. 오늘은 그들에게 도움되지 않을 위로의 말을 전하고 따뜻한 커피를 대접하며 손을 잡아주고 싶은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