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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작성일23-06-09본문
최근 종료된 사건 중, 이만큼 영화처럼 급박하게 진행된 일이 있었나 싶은 사건을 소개한다.
21년 말 필자를 찾아오신 A씨는 친구 B에게 85,000,000원을 빌려주었다고 했다.
사정이 너무 어려워 가족들과 함께 살 집조차 없다던 B는 전세금 보증금으로 사용할 돈이 필요하다고 한 것이고
마음 착한 A는 친구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해 덜컥 차용증 하나 없이 85,000,000원을 대여한 것이다.
문제는 A와 B 사이가 일련의 사건으로 조금 멀어지게 되었고, 갑자기 B는 A가 위 85,000,000원을 돌려주기 싫다는 태도로 나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더 위험한 것은 B가 위 전세계약 종료 기간이 다가오자 연장을 하지 않고 이를 돌려받아 현금화하여 사용하려 한다는 것이었다.
이와 같은 상황이 발생하면 크게 문제는 2가지이다.
첫째는 위 85,000,000원이 대여금이라는 사실에 대한 입증이다. 계약서 등 아무런 증거가 없기 때문에 오히려 증여라고 주장하는 B의 주장이 설득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는, 위 85,000,000원을 현금화하여 소비할 경우, 판결문을 받더라도 A의 채권회수가 불가능하다는 점이었다.
이에 필자는 이를 긴급사건으로 분류, 단 몇 시간 만에 사건에 착수했다.
그 해결책은 다음과 같았다.
아직 A의 법적인 대응 예정 상태를 모르는 B로부터 "채증"을 한 것이다.
통화로 가능했는데, 변호인들이 동석한 자리에서 A와 B는 이런 통화를 하였다.
A : B 야, 경제적 사정이 어려운 것은 나도 이해하는데 빌려준 돈은 잊지 않았지?
B : 나 지금 진짜 돈 나올 곳이 없어. 진짜 전세금 빼서 생활비로 쓰고 좀 해야 될 것 같은데...
A : 8,500만 원이 그렇게 작은 돈은 아니잖아, 다른 방식으로 도와주더라도 너도 집은 있어야지.
B : 월세로 돌리더라도 그 돈은 지금 줄 수는 없을 것 같다.
A : 아니 이자도 안 받고 빌려준 건데 돌려줄 수가 없다는 거야?
B : 안 주겠다는 게 아니라 지금 못 준다는 거지.
모두 필자가 옆에서 적어준 대화를 한 것이고, 나는 이제 됐으니 전화를 끊으라고 했다.
위 가벼운 대화 속 대여 사실, 대여 금액, 변제 거부 등 필자가 필요한 요건사실 상 모든 증거가 확보되었기 때문이다.
그날 즉시 전세보증금 가압류를 진행했다.
이는 집주인이 B에게 돌려줄 85,000,000원을 묶어두는 일종의 절차인데, 이를 통해 전세계약이 종료되더라도 집주인은 B에게 해당 전세금을 반환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며칠 뒤, 필자에게 집주인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법원에서 서류가 날라왔는데, B에게 전세보증금을 주지 말라는 것으로 보인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
웃으며 해당 금액을 법원에 맡기시면 됩니다. 재판이 끝난 뒤 저희가 찾아갈 겁니다. 라는 답변을 했고 집주인은 흔쾌히 당일 공탁을 했다는 연락을 주었다.
단 사흘만에 일어났던 급박한 사건이었다. 그렇게 지난 2023.1. 의뢰인 A는 공탁금을 회수하며 빌려준 돈 전부를 돌려받을 수 있었다.
"당시 변호사님이 막 뛰어다니면서 직원들 보고 이것저것 준비시키시고 전화하라고 하시고 해서 그리 급한 일인가 했는데 그때 변호사님 못 만났으면 돈을 전혀 못 받을 수도 있었겠다 싶어요."
라며 감사의 인사를 오신 A에게 웃으며
"해야 하는 일이니까요." 대답했다.
"다음번에 꼭 다시 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라며 하시는 작별 인사에는
"앞으로는 저랑 다시 볼일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랑 만나는게 좋은일이겠습니까." 대답했다.
두손을 꼭 잡으면
"고맙습니다. 정말입니다."
라는 말은 지금도 귀에 남는다.
변호사로서 짧지 않은 시간, 적지 않은 사람, 부족하지 않은 사건들을 지나쳐온 지 5년이다.
낯선 곳을 여행하는 경험을 좋아하고,
새로운 음식을 마주하는 일도 좋아하며,
익숙한 사람들과의 술자리도 참 좋아하지만,
단언컨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은, 나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의뢰인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상황을 해결하는 변호사업이다.
나는 변호사로서 사는 내 삶을 참 사랑한다.
그들의 삶을 그려보고, 나의 설루션을 기획한 뒤, 법강 구성원들과 함께 [해결]이라는 결론에 닿았을 때의 쾌감은 늘 짜릿하다.
허나, 나의 23년 화두는, 내가 잘 살고 있는가다.
특별한 이유 없이 그런 생각이 자주 떠오를 때가 있지 않은가.
출근길 밀리는 차 안에서, 점심 식사 후 잠시 앉아 바라보는 창밖 풍경 속에서 내가 하루하루 내리는 선택들의 의미와 나에게 모든 것을 의지하고 있는 의뢰인들의 무게감이 문득 두려울 정도로 부담스럽게 다가올 때 말이다.
그러던 중, 사무실에 누나가 찾아왔다.
잘 살고 있는지 서로 안부를 묻던 중 두고 간 짧은 응원의 말에
사람도 상황도 아닌, 나를 믿고 오늘을 또 이겨낸다.
우리를 모르고, 우리가 모르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기를.
대전 변호사 법률사무소 법강.